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
미술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얼리버드티켓을 끊어놓고 기다리던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일요일 마지막 관람회차 6시 타임에 예매해놓았고 7시에 미술관영업이 끝날때까지 서둘러 보고 왔습니다.
<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기간 : 23.04.20~23.08.20
관람시간 : 화~금 10:00~20:00/ 주말, 공휴일 10:00~19:00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22:00까지 운영
매주 월요일 휴관
사전예약제로 진행/ 30분 단위로 관람예약
티켓 : 성인 17,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2,000원
오디오가이드 : 가이드온 3,000원 유료 또는 전시장에서 오디오가이드 3,000원 대여
도슨트 : 11시, 5시 일 2회 진행/ 서울시립미술관 홈피에서 신청
문의 : 1588-8416
주차 : 평일(월~금) 5분당 400원/ 주말 및 공휴일 5분당 300원
이번 에드워드호퍼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작가의 최대 소장처인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대규모 첫 국내 개인전입니다.
그는 20세기 초 현대인이 마주한 일상과 정서를 독자적인 시각으로 화폭에 담아낸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이죠.
서울시립미술관 에드워드 호퍼 전시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전시는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작품속에 작가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장소를 따라 도시의 일상에서 자연으로 회귀를 거듭하며 예술적 지평을 넓혀간 호퍼의 65년에 이르는 화업을 돌아봅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전 생애에 걸친 드로잉, 판화, 유화, 수채화 등 270여 점을 8개 섹션으로 나누어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합니다.
저희는 일요일 6시 관람차에 예매해 입장했고, 마지막 타임이라 그래도 비교적(?) 사람이 많지 않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7시까지라 시간에 쫓기듯 본건 조금 아쉬웠어요 ㅜㅜ
오디오 가이드는 가이드온 어플에서 3천원 결재해서 개인 이어폰으로 듣거나,
전시장에서 신분증 보관 후 3천원 결재하고 오디오가이드 기기를 대여할 수 있습니다.
얼리버드 티켓이 며칠내로 매진될만큼 많은 관심을 받던 전시라 역시 관람객은 많았고, 입장할때 종이로 된 팔찌를 붙여줍니다.
시립미술관 1층에서 3층까지 전시가 진행되고 촬영은 1층에서만 가능했어요.
에드워드 호퍼 전시 작품
이번 전시엔 촬영이 거의 불가했기 때문에 인상이 깊었던 작품 위주로 검색해서 실어봅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습작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고, 판화 작품들도 많았습니다.
호퍼의 에칭 작품인 <밤의 그림자>.
과도한 여백과 테이블위의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비스트로 또는 와인 가게> 작품.
파리에서 관찰한 일상과 인물묘사가 잘 드러난 큰 사이즈의 작품 <푸른 저녁>은 꼭 보셔야 해요.
이 작품은 파리의 카페를 배경으로 왼쪽의 노동자, 중앙의 광대와 매춘부 그리고 담배 피우는 예술가, 오른쪽의 부르주아 남녀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보여주는데요,
실제로 보시면 묘한 색감과 분위기에 압도됩니다.
뉴욕은 호퍼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미국의 도시였습니다.
그는 평생을 뉴욕에 거처했고 그에게 뉴욕의 풍경과 뉴요커들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관찰의 대상이자 작업의 소재가 되었겠죠.
20세기 초 뉴욕은 지하철과 철도에 이어 자동차 보급이 확산되고 다리와 고속도로가 잇따라 건설되었습니다.
호퍼의 관심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시 풍경보다 낡고 사라져가는 19세기 건축물의 코너나 지붕 등에 있었고,
그래서 그의 화폭은 당시 화가들과 차별화되었어요.
호퍼에게 '도시'는 항상 뉴욕을 의미했습니다.
그의 그림은 멜랑콜리와 고립으로 이루어진 뉴욕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고, 이처럼 그는 현대 거대도시의 다소 부정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영향을 미쳤어요.
이에 더해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시점은 기차(엘 트레인이라 불리던), 고가 전철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기를 즐겼던 호퍼의 시선을 연상케 하는데요,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었던 <밤의 창문>.
<밤의 창문>에서 호퍼는 트레인을 타고 지나며 창문을 통해 우연히 본 풍경, 즉 침실인듯 보이는 실내에서 슈미즈만을 입은 여자의 뒷모습을 그렸는데요,
한쪽 창에서 부는 바람때문에 펄럭이는 커튼은 자연의 역동성을 보여주며 그림의 에로틱한 분위기를 강조해줍니다.
흡사 관음증처럼 묘사된 분위기로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보는 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그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상상하게 됩니다.
호퍼는 빛을 미묘하게 사용해, 긴장감이 감도는 실내 장면들, 별 관련없어 보이는 디테일들, 끝이 없을 듯한 풍경,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그림들, 어딘가 으스스한 집들이 등장하는 그림을 자주 그렸습니다.
호퍼가 사용한 이 모든 요소가 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고
빔 벤더스나 데이비드 린치를 포함해, 특히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서 그 영향의 정도를 알수 있습니다.
호퍼는 다른 예술가들에게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영화적 언어를 형성했어요.
호퍼의 집들은 흡사 유령이 나오는 집같아 보이는데, 실제로 그의 고향 나이액에 유령이 출몰하는 집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1991년 뉴욕법원은 유령이 사는 집의 집주인이 그 사실을 모르는 구매자에게 이 사실을 미리 알렸어야 했다는 판결도 나왔다고 합니다.
<케이프 코드의 아침> 이 그림 속 여성은 창을 통해 화면 밖의 무언가를 보고 바라보고 있지만 그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마치 등 뒤에서 무언가를 느낄때처럼, 어떤 감각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게 되요.
호퍼의 작품은 시간을 나타내는 제목들이 많은데요,
<이른 일요일 아침>, <정오>, <오전 5시> 등 이 그림들은 모두 복잡한 삶의 사건들이 하나의 순간으로 집약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1964년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호퍼는 "내 작품은 모두 시간의 흐름 속 포착된, 극도의 강렬함으로 재현된 하나의 순간들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미국 풍경화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인 풍경이 아닌 작가의 내면에서 새롭게 그려지는게 특징인데
철길 옆에 우뚝 선 신호탑 뒤로 녹색 언덕과 함께 장관을 이루는 일몰을 묘사한 <철길의 석양>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풍경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완성한 당시 호퍼는 아내와 함께 자동차로 미국 여행중이었고 여행 중 길 위에서 얻은 인상은 기억에 남아 이후 작가의 작업에 지속적인 영감이 됩니다.
1930년 대 말 이후 호퍼는 작업에 기억과 상상력이 결합된 이미지를 불어넣는데 현실과 환상, 자연과 인공물의 대비를 통해 원숙해진 작품들이 보입니다.
그의 그튜디오 겸 별장이 있었던 트루로의 따스한 햇볕이 느껴지는 <이층에 내리는 햇빛>.
여름날의 분위기를 포착하고 있지만 그는 빛의 극적인 잠재력과 건축과 주변 환경이 교차하는 방식에 집중합니다.
2층과 3층으로 이어지는 전시를 다 감상하고 사진촬영이 유일하게 허락된 1층으로 내려갔어요.
에드워드 호퍼는 화가로 성공하기전 프리랜서 삽화가로 일했는데 이번 전시에 삽화 50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금봐도 너무 세련된 일러스트 같은 그의 작품들.
그리고 평생 그렇게 싸우면서도 늘 함께였던 에드워드 호퍼와 그의 아내 조세핀의 사진들과
그의 아내를 모델로 한 수많은 스케치들을 볼 수 있었어요.
에드워드 호퍼와 그의 아내 조는 많은 점에서 서로 달랐는데, 동갑인 두 사람은 40세에 결혼했습니다.
조는 키가 작았고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호퍼는 키가 크고 사교성이 없어 과묵하기로 악명높았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호퍼에게 수채화를 그리도록 권유한 것도 그녀였고 그의 성공에 굉장한 조력자였으며, 여성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모델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자주 열정적으로(폭력적으로) 싸웠고, 그녀는 일기에서 자신을 억압적이고 지배적인 남편 밑에서 힘들어하는 좌절된 예술 영혼의 이미지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스케치가 아닌 촬영이 가능한 작품 <햇볕속의 여자>입니다.
빈 방에 서서 햇볕을 받으며 담배를 들고 있는 나체의 여성을 그린 이 작품 역시 자신의 아내가 모델입니다.
<햇볕속의 여자>의 작품과 똑같이 만들어놓은 포토존이 있는데, 위치한 자리에 서면 작품속 여인과 같은 구도로 나오게 만든 아이디어 재밌었어요.
"회화에서의 나의 목표는 자연에 대한 나의 가장 사적인 인상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의 이렇게 많은 작품을 이번 기회에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던 전시이고
호퍼를 세상에 알려준 조력자 그의 아내에 관한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날이 너무 좋았던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이런 대규모 전시회가 흔치 않으니 미술이나 전시에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번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주차는 평일 화~금요일은 5분당 400원, 주말 및 공휴일은 5분당 300원으로 저렴한 편이나,
주차장이 협소해 주말엔 주차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따로 정산기는 없고 나가실때 차안에서 주차 무인정산기에 결재하시면 됩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 도슨트는 하루에 2번 11시와 5시에 진행되는데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고있고 회차당 인원은 20명이라고 합니다.
도슨트 신청하실 분들은 아래에서 신청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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