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BTS의 RM도 다녀갔었죠.
강서경은 평면,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회화의 확장적 가능성을 실험하면서 전통과 동시대 미술을 폭넓게 아우르는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습니다.
<버들 북 꾀꼬리>전시는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관람예약이 가능하고 당일현장에서도 예매가능합니다.
리움미술관에서는 세가지 전시를 하고 있는데, 하나의 전시를 보려면 12,000원이지만 모든 전시를 다 볼 수 있는 통합권은 18,000원입니다.
주차는 리움미술관에 주차장이 있지만 주말엔 거의 만차인 경우가 많아서 주변에 있는 한강진역 공영 주차장이나 한남동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리움미술관 M1
23.09.07~12.31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일반 12,000원/ 청소년&청년 6,000원/ 미취학아동&65세 이상 무료
오디오가이드 무료대여(신분증 지참)
주차가능
전시제목인 <버들 북 꾀꼬리>는 마치 실을 짜듯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를 풍경의 직조로 읽어내던 선인들의 비유를 참조합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시각, 촉각, 청각 등의 다양한 감각과 시공간적 차원의 경험을 아우르는 작업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전시를 관람할때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며 각 작품들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관람하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여러 개의 작품이 합쳐서 설치된 것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가장 오른쪽에 있는 정(井) 연작 중 하나.
사각의 격자는 강서경의 작업을 관통하며 반복되는 기본 형태입니다.
작가는 한국의 음악, 미술, 건축 등에서 격자의 요소를 참조하고 있습니다.
격자는 내외부를 연결하는 창틀의 형상과도 유사하여 창밖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차경'의 미학과도 연계됩니다.
이러한 격자 형태를 다양하게 변주한 <정>연작은 우리의 시선을 사각의 형태안으로 집중시키는 한편,
시야의 한계를 지시하여 경계선 너머의 경치도 바라보게 하여 공간을 나누고 구획하는 기본적 틀로도 작동합니다.
'모라'란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지칭하는 단어로, 작가의 작업에서는 시간을 담고 서사를 쌓아올리는 단위인 회화 작품을 가리킵니다.
전시장내에서는 다양한 먹빛의 색을 쌓아올린 모라 작업을 발견할 수 있는데,
먹을 단지 하나의 색이 아닌 "땅이나 플랫폼에 가까운 가능성의 재료"로 바라보는 작가는 다양한 톤의 먹색 혹은 다른 색들과 결합된 검은 색을 종이나 비단에 겹겹이 쌓고 스미게 하여 반투명한 물강층의 흔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드러냅니다.
회화와 시간성, 공간성의 결합은 작가가 5년여간 작업한 모라 27점을 '검은 자리'에 탑처럼 쌓아올린 <모라와 검은 자리>에서 가장 잘 나타납니다.
강서경작가는 회화란 눈에 보이는 사각형과 보이지 않는 사각 공간을 인지하고,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작가는 화문석을 '자리'라는 공간개념으로 치환하여 회화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기본 단위이자 도구로 활용해왔습니다.
최근 작업에서는 수공으로 한 땀 한 땀 제작된 화문석과 차가운 금속의 격자 프레임을 겹쳐 두께와 공간감을 부여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빼곡한 격자 구조와 리드미컬한 도형으로 구성된 금속 프레임은 다채로운 색상과 패턴의 화문석을 만나 시각적 레이어를 창출하기도 하며
공간을 분리하고 가리는 반투명한 스크린이 되어 빛과 그림자,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풍경을 다르게 담아내기도 합니다.
<그랜드마더타워>는 작가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존재인 할머니의 말년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라고 합니다.
쇠약해져서 누군가에게 기대야만 했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구부정할지언정 무너지지 않고 버티게 해주는 힘의 근원을 생각하며 가냘픈 뼈대를 쌓아올렸고,
금속 골조들은 표면을 감싸고 있는 실의 마찰로 서로를 지탱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강서경은 내가 서있는 공간, 나와 함께 사는 타인의 개개인의 신체가 드러나는 현재의 '풍경'을 고민하면서 개인에게 허락된 공간과 한계를 탐구합니다.
<좁은 초원>은 그 대표적 작품인데,
아담한 키의 사람같기도 한 이 작품들은 작가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직접 이동하고 배치가능한 크기와 무게로 만들어집니다.
<좁은 초원>은 작고 한계를 지닌 존재가 품을 수 있는 초원, 우리가 내딛는 걸음으로 도달하는 땅, 개인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전시장 가운데 카펫처럼 전시되어 있는 <낮>작품 내부의 사각, 삼각, 원등의 기하학적 구조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나눠져 있습니다.
작가의 <밤> 작품은 전시장 벽면에 전체 설치되어 있구요.
낮의 작품안에 <둥근 무게들>이나 <좁은 초원>같은 자신의 다른 작품들을 교차시켜 설치했습니다.
작품들이 자유롭게 설치되어 있기때문에 혹여 관람자가 만질 수도 있어서 그런건지 전시장내 직원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다보면 아주 꼼꼼하게 된 작업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런 걸 보면 작가의 완벽주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곡선모양의 구조물에 실, 철, 비단 등으로 채워진 <산>연작들.
따스한 색의 봄산, 싱그러운 여름산, 단풍이 어우러진 가을산, 백설의 겨울산을 표현해놓았는데 흥미로운 작품들이었습니다.
전시는 2층으로 이어집니다.
2층은 1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어요.
바닥에서 낮게 떠있는 모빌들이 조명에 반사된 표면의 윤곽을 드러내며 어두운 전시장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알루미늄을 구부리고 표면을 두드려 만든 이 추상적 형상의 작품들은 산의 능선, 해와 달, 인간적 형상 등을 연상시키며 색을 반전한 한 폭의 수묵화처럼 전시장을 풍경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 작업은 '기둥'이라는 명칭에 부합하는 단단하고 묵직한 철제로 만들어져 있어 바닥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지만,
빗살무늬로 뚫은 표면과 율동감있는 외형, 파스텔 색채로 인해 실제보다 다른 시각적 역동성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전시장 중앙에 높이 매달린 모빌 형태의 <귀> 작품.
2층에서 내려다보니 1층의 천장에도 <귀>작품이 매달려 있습니다.
전시를 다보고 나왔는데 리움미술관 로비에도 강서경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나무로 된 작가의 신작 조각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높이와 모양을 달리하는 조각은 마치 각기 다른 세월의 흔적과 표정을 지닌 인간 군상같기도 하고, 가지만 남은 숲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전시장 안에서 보았던 카펫형태의 <낮>작품이 로비에 관람자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게 설치되어 있었던 것도 좋았어요.
그리고 로비에 강서경 작가의 영상작품도 있으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강서경 작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만 여태보았던 전시들과는 다른 아주 흥미로운 전시였습니다.
관람시 오디오가이드를 필히 대여하는 걸 추천드리고
리움미술관에서 하는 김범작가의 전시도 재밌으니 못보신 분들은 통합권을 끊어 당일에 같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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