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그동안 가보고 싶었는데 벼르고 있던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바로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오타 치하루의 <in memory> 개인전입니다.
일본 오사카 출신의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 1972~)는 2020년 <Between Us> 전시 이후, 가나아트센터에서 2년만에 개인전을 여는 것이고 이번엔 자신의 대표하는 대형 설치 작품도 공개됩니다.
< 시오타 치하루 전시 In Memory >
장소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기간 22.07.15~08.21(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10:00~19:00
관람료 3000원
주차 가능
대형작품이 있는 3전시실에 한해 9/18까지 전시연장
시오타 치하루는 기억과 트라우마를 창작의 기원으로 삼아 특유의 수행적 실타래 작업 설치미술로 유명합니다.
실을 엮는 작가로 이름을 알렸으나, 그는 실뿐만 아니라 옷, 유리창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삶과 죽음', '경계' 그리고 '존재의 이유' 등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조각, 캔버스, 드로잉, 설치 나아가 퍼포먼스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가나아트센터
존재와 죽음에 관한 물음에 마주해왔던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해 진실을 향한 보편적 사유와 인식의 차원을 탐구한다고 합니다.
시오타 치하루는 공간에 거미줄처럼 실을 쳐서 압도적인 장면을 연출하거나 개인적인 물건들을 실로 엮어 무의식의 세계 혹은 타자의 세계와 관계맺는 자아의 표상을 그려냅니다.
여기 그림에서도 뭉게뭉게 있는 형상위에 작은 사람이 보이고 그와 연결된 실들이 보입니다.(실제 실을 종이에 꿰맨 느낌입니다)
<Connected to the Universe> 연작에서 '실'이라는 오브제의 상징성은 개인의 신체적 우주적 공간, 개인적 경험과 보편적 진리의 차이처럼 서로 다른 두 개의 불가능한 세계를 직선으로 잇는 매개체이자 둘 사이의 긴장과 균형을 보여주는 힘과 에너지의 형상입니다.
이 작품들도 멀리서 보기엔 붉은 물감같은게 번져보이는 느낌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붉은 실들이 불규칙적으로 엮어있는데 뭔가 규칙적인 느낌이 드는 섬세한 작업입니다.
시오타는 실을 비롯해 기억과 연관된 오브제의 축적을 통해 타인들의 감각과 지각의 몰입을 이끌어내며, 이러한 체험은 개인들의 기억과 연결되어 과거와 미래 사이에 다층적인 시공간을 열어놓습니다.
드로잉과 평면작품외에 사각박스처럼 제작된 틀에 실을 엮어서 입체적으로 만든 작품도 있는데요, 그 안에 여러가지 물건들이 거미줄에 엮여있는 것처럼 부유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기억과 관련된 사물들이겠지요.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덤에서 느낀 공포, 이웃집에서 일어난 화재의 기억, 두 번의 암 투병으로 겪은 죽음에 대한 경험까지, 작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짙은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시오타 치하루가 가장 잘 쓰는 붉은 실로도 물론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안에는 어떤 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같은, 보석함같기도 한 사물들이 실로 엮여 있었어요.
검은 실로 엮은 작품 속에 하얀 배가 보입니다. '하얀 배'는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에서 기억의 바다에서 떠다니는 오브제로 표현됩니다.
실은 엉키고, 얽히고, 끊어지고, 풀린다.
이 실들은 인간관계를 형상화한 것으로,
끊임없이 나의 내면의 일부를 반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작품도 정말 인상깊었는데요, 붉은실로 된 틀안에 작은 침대, 전등, 책상 등 방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작게 만들어놓았습니다. 끊임없이 엮어진 실들이 방을 다 둘러싸고 있는 것인데, 좀 으스스했습니다.
시오타는 이번 가나아트센터 <In Memory> 전시에서 선보이는 전시명과 동일한 제목의 설치작품 'In Memory'를 통해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 대형 설치작품을 보기위해 전시를 찾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전시장 전체를 하얀 실로 엮어서 비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실제로 보시면 정말 압도적으로 느껴지는데, 이 많은 실들을 다 엮는 작업이 실로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 한 강의 '흰' 소설에
크게 감명받은 바 있는 작가는
흰색 실을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 그리고 기억을
역설한다.
전시장 벽과 바닥, 천장에 실을 고정시키고 그걸 나무형태처럼 엮기도 하고 공간 가운에 하얀 배가 떠있는 형상입니다.
작가에게 기억은 나를, 우리를 실존하게 하는 삶의 일부로 전시장 중앙에 놓인 흰 배와 흰 옷은 기억의 바다에서 헤매이는 인간의 존재를 상징합니다.
이전 전시에서는 핏줄처럼 붉은색 실로 전시장을 가득 채워 존재와 관계에 대해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 <In Memory>는 흰 실로 공간을 가득 채워 기억의 바다를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실 사이에 7m에 달하는 목조배가 뼈대만 드러낸 채 공중에 떠있는데, 배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상징이자 기억의 바다를 떠다니는 오브제라고 합니다.
특히 흰 색의 사물과 연계하여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가 한 강의 '흰' 책에 크게 감명받은 바 있는 작가는 흰색 실을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 그리고 기억을 역설합니다.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은 미술품경매에서 종종 보게 되는데 실로 가격이 어마어마하여 왜 그런지 궁금했었는데, 이번 가나아트센타의 개인전을 보고 나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실을 사용한 수행적인 대형작품도 물론 그렇고 삶과 죽음, 기억에 대한 물음, 인간 내면의 심연을 다룬 작품을 보며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습니다.
"나에게 기억이 없다면, 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는 기억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큰 배 위에 얹힌 옷의 외피와 같이, 우리는 기억의 바다에서 영원히 방황하고 있다." - 시오타 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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